시를 잊은 그대에게
tvN 드라마에 영감을 준 책 "그대의 삶이 바로 시다"
저자
정재찬 저 | 휴머니스트
최저가
리뷰
-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빌헬름 뮐러의 시 '보리수'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조합하여 시와 가곡의 풍미를 더하고 그 고독한 나그네의 모습을 박목월의 시 '사월의 노래'와 가곡으로 연결한다. 독일의 시와 가곡에 조응되는 우리의 시와 가곡을 일치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목련'과 '보리수', '봄'과 '겨울', '죽음'과 '생명'의 대비를 통해 낭만주의의 두 얼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비로소 시가 시로 읽힌다는 사실은 부끄럽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삶이 진정 의미가 없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공대생이 아니면 어떤가. 문과생도 시를 제대로 읽지는 못하고 있는 세상인 것을! 저자의 책은 오래도록 읽으려 들지조차 않아온 많은 시들을 내 눈 앞에 펼쳐놓았다. 그렇게 단순한 사랑 노래처럼 읊던 시들에게서 이전까진 몰랐던 색다른 의미가 읽혔다. 10년이 넘는 침묵 끝에 시인 신경림이 내놓은 '가난한 사랑노래'가 과연 서정성 하나에만 목매단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시의 국정 교과서는 '따뜻한 인간애'를 잘 드러냈다는 이유로 이 작품의 수록을 결정했지만, 저자는 보다 장엄한 어조로 울부짖으며 시에 깃든 현실을 바라보는 분노와 자조를 표현한다. 그래야만 시인의 오랜 침묵도 어렵잖게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당대 최고의 모더니스트, 이미지에 모든 것을 담아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시어를 곧잘 활용했던 김광균의 불운했던 어린 시절을 접하고 나면 그의 시가 새로이 읽힌다. 결코 들을 수 없는 머언 곳에서 여인의 옷 벗는 소리마저도 포착해낸 그의 작품 세계는 퇴폐적인 일본풍 노래 일색이던 '하세가와마치'에 견준다면 외려 우리 것에 가까울 수도 있음을 뒤늦게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의 관점 또한 하나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 정답이란 없다. 이렇게 읽힐 수도 있고, 저렇게 읽힐 수도 있는 게 시다. 그가 말하는 것 역시 우리에게 아니라면 아닌 것이요, 또 다른 심성을 시로부터 읽어낼 수 있다면 당신에 의해 시는 그만큼 깊은 생명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 읽기 강좌의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시 에시이.
- 하지만 인생을 잠시 놀다 가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어떨까. 시인은 그래서 인생을 소풍 나온다고 생각하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자기 삶의 근원은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자신은 단지 이 세상에 잠시 놀러 나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시인은 우리에게 이 고통스러워 보이는 이승에서의 삶도 천상에서 내려온 소풍쯤으로 생각하라고 권유한다. 그러면 이승에서의 삶은 소풍이기에 아름답고, 소풍에서 돌아가는 천상은 천상이기에 아름다울 터이니, 우리의 생을 이승과 저승의 연속성으로 이해할 경우, 인생 전체가 진정 아름답지 아니하겠는가? (p.255-6)
- 어릴땐 아름다운 시를 읽고 가슴 떨려하던 때가 분명 있었는데 자라면서 어른이 되면서 마음이 굳은 것 같다. 유난히 아름다운 언어의 시나 간지러운 내용의 시는 오히려 무시하게 되기까지 하고... 내 마음이 더 돌덩이가 되기 전에 다시 가슴을 울려보고 싶어 구입했다. 차근히 읽어가는 중인데 시, 노래, 산문 할 것 없이 모든 글은 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볍고도 진지하게 읽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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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출처 : YES24.COM
목차
머리말
1. 가난한 갈대의 사랑노래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신경림 〈갈대〉
가난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
2. 별이 빛나던 밤에
순수의 시대 방정환 〈형제별〉
어디서 무엇이 되어 김광석 〈저녁에〉, 윤동주 〈별 헤는 밤〉
별이 빛나는 밤에 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
3. 떠나가는 것에 대하여
아름다운 퇴장 이형기 〈낙화〉, 복효근 〈목련 후기〉
바람이 불다 김춘수 〈강우〉·〈바람〉·〈꽃〉
4. 눈물은 왜 짠가
우동 한 그릇, 국밥 한 그릇 함민복 〈눈물은 왜 짠가〉·〈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다 박노해 〈다시〉, 정호승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정지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5. 그대 등 뒤의 사랑
즐거운 편지 황동규 〈즐거운 편지〉
등 뒤의 수평선 박목월 〈배경〉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강은교 〈사랑법〉
6. 기다리다 죽어도, 죽어도 기다리는
기다리다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기다리다 죽어도 피천득 〈기다림〉, 기형도 〈엄마 걱정〉
죽어도 기다리다 서정주 〈신부〉, 조지훈 〈석문〉
죽다 김민부 〈서시〉
7. 노래를 잊은 사람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누나야 너 살아 있었구나! 황지우 〈마침내, 그 40대 남자도〉, 김종삼 〈민간인〉
나는 노래를 뚝 그쳤다 송수권 〈면민회의 날〉
8. 아버지의 이름으로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김소월 〈부모〉·〈어려 듣고 자라 배워 내가 안 것은〉
거울 속에 아버지가 보일 때 신경림 〈아버지의 그늘〉
9.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유치환 〈그리움 1〉·〈바위〉·〈그리움 2〉
사랑했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라 이영도 〈무제1〉, 유치환 〈행복〉
10. 겨울, 나그네를 만나다
'겨울 나그네'와 '피리 부는 소년' 빌헬름 뮐러 〈보리수〉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천상병 〈귀천〉
11. 한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김광균 〈설야〉
식민지 경성의 눈 내리는 밤 김광균 〈눈 오는 밤의 시〉·〈장곡천정에 오는 눈〉
12. 깨끗한 기침, 순수한 가래
뻔한 시에 시비 걸기 김수영 〈눈〉·〈폭포〉
기침과 가래의 정체 김수영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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